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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포털 벗어나 자구책 마련해야
이우섭 기획부장 기자 (dldlntjq1212@naver.com)  |  기사전송  2021-09-06 09:01:30  |  최종수정  2021-09-06 09:01:31

마을에서 상점이 단 하나라면 상점 주인은 영향력은 막강하다. 마을 생산자들은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주인의 판매 전략에 맞춰 상품을 생산하게 되고, 수익성이 상품의 질이 아닌 상점 배열에 따라 결정돼, 보기 좋은 싸구려 상품이 인기를 끌게 된다. 전통을 고수하는 장인들은 돈만 따라다니는 상인들에게 밀려나게 된다. 건강하지 않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돼 마을 전체가 병든다. 이는 놀랍게도 한국 뉴스 시장의 모습이다.


 


‘한강 의대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의혹과 억측이 제기되는 데는 언론사의 책임이 크다. ‘머니투데이’는 5월 3일 ‘한강 실종 대학생 관련 인근 cctv 영상’을 기사화했다. 해당 영상은 세 명의 남성이 한강변 도로를 따라 뛰어가는 장면이 담겨있을 뿐 화질이 좋지 않아 손 씨의 비극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당 기사 제목은 이랬다. ‘한강 실종 대학생 인근 CCTV, 의문의 남성들…그들은 왜 달렸나’. 기자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의혹성 기사를 작성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언론사가 ‘클릭 저널리즘’에 빠졌기 때문이다. 클릭 저널리즘이란 언론사가 수익을 위해 클릭 수에 목매는 보도 행태를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면서 가속화됐다. 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2020)에 따르면 포털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75%다. 뉴스의 생산자는 언론사지만 소비는 모두 네이버에서 이뤄진다. 언론사는 네이버와의 제휴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고, 이는 기사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언론사 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소비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언론사는 네이버에 자리 잡는 기사 쓰기에 현안이 돼 있다. 밀도 있는 기사보다 네이버에 적합한 기사가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뉴스 독점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정보·기술 플랫폼이 뉴스편집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주관적인 개입을 배제할 수 없어 편파적인 보도 환경을 만든다는 이유였다. 네이버는 언뜻 보면 그럴듯한 대안을 내놓는다. 뉴스 배열 방식을 객관적인 알고리즘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저널리즘과 양립할 수 없었다. 언론노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선거철 네이버를 통해 노출된 언론사 톱기사는 제목에 정치인 주장을 인용한 ‘따옴표’ 기사였다. 공정하다고 믿은 알고리즘이 ‘휘발성’ 기사를 양산한 셈이다. 수익을 위해 탄생한 알고리즘에게 언론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맡긴 상황에서 예정된 결과이다.


 


공들인 기사가 싸구려 기사에게 밀리는 언론 시장의 앞날은 빤하다. ‘기레기’라며 기자의 도덕성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 먼저 언론사가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언론 환경에서 뉴스 콘텐츠 생산자가 주인일 때 다양한 의제 설정이 가능하다. 언론사는 독점적인 유통구조를 벗어나야 한다. 외국의 일부 언론은 이미 구독·유료화 서비스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언론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유료화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차선책으로 네이버가 언론과 함께 논의해 알고리즘 기술의 목적성을 수익성을 위한 독자 성향파악이 아닌 저널리즘 가치에 맞게 재설정하면 된다. 하지만 유통 독점으로 언론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이 있음에도 언론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네이버가 수익성을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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